[사진 강좌] #1 사진기를 구입하려는 당신에게

제작년, 쥐가 일국의 영수가 되는 흉사가 일어났음에도,
작년, 바다 건너 천자국이 한순간에 무너져,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음에도,
올해, 실질 취업률이 헌정사상 최악으로 떨어졌음에도,

요새 DSLR 많이 풀리긴 풀렸나 봅니다, :)

선유도를 갔더니 여고생이 DSLR 들고 셀카찍고 있더라..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쓴웃음 짓는 것을 본 게 엊그제인것 같은데,
이미 셀카를 위한 틸팅액정을 탑재한 DSLR이 출시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뭐, 사실 DSLR의 장점은 무궁무진하긴 합니다.
컴팩트, 혹은 하이엔드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화질이라든가,
매우 어두운 환경에서도 노이즈 적은 이미지를 내줄 수 있는 장점.
렌즈를 교체하여, 작은 카메라에서는 절대 볼 수도, 찍을 수도 없었던 화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N모사의 광고처럼 말이죠,


"묵직하고,
 멋진,
 검은 물건을
 길들인다는 건."


설레는 일이긴 해요.
물론, 제일 중요한 건, "간지난다."는 거지만 말입니다.


사진을 찍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같은 개소리해도 용서해줄 수 있을것 같은 기세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강좌의 처음에, 이 이야기는 꼭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제발 한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DSLR이 가진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무수히 많답니다.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데세랄이 저렇게 좋은데 왜 컴팩트 카메라를 만들까?" 같은 거 말입니다.

싸게 많이 팔 수 있어서?

아닙니다. 모사의 컴팩트 디카는 보급형 데세랄 따위보다 훨씬 비싸요.
애초에, 올해 가격이 좀 뛰긴 했지만, 요사이 입문기 데세랄 정도면,
예전 하이엔드 가격보다 한참 쌉니다.
(세금, 교통비 오르는 꼴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죠)


아하하, 사실 여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데 말이죠,

우선.

당신이 데세랄을 들고 다니기로 작정한 그 순간부터,
지금 당신의 가방속에 있는 걸 다 포기하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위에 사진처럼, 가방 두개 드셔도 됩니다. 물론, 두개 매보면 기분 참 더럽습니다.
 전 예전에 기타칠 떄는 기타가방까지 세개 들고다닌적도 있는데, 길에서 기타 부셔버리고, 카메라 던져버릴뻔 했습니다.)

일단 크기도 크고(남자 주먹 세개만 합니다)
이쁘지도 않은, 큰 주제에 많이 안 들어가는 가방에 넣어야 하고(안 그러면 3일 내로 as받아야 할 겁니다.)
거기다 좀 찍어보려고 하면 렌즈 따로 넣어야지, 플래시 따로 넣어야지, 삼각대 넣어야지.

거기다, 답지 않게 섬세합니다.
떨어지면 백프로 as센터고,
충격만 살짝 받아도, 핀이 돌아가기도 하고, 어이없이 렌즈가 빠지기도 합니다.
그뿐입니까? 물이 튀면 곰팡이 생길까 노심초사. 엔화 떨어지면 중고값 떨어질까 노심초사..

뭐, 솔직히 당연하죠. 원래 기백만원 하는 물건을 들여놨으면, 그정도 신경은 쓰는게 당연하기도 한 건데,
문제는 이게 또 활용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겁니다.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니고, 넣을 데가 없어 못 들고 다니고, 비와서 못 들고 가고, 습기차서 못 들고가고..
컴팩트나 하이엔드처럼 백이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찰칵찰칵? 아이고, 

결국 그러다 보면, 잘 안 들고 나가게 되고,
잘 안들고 나가다 보니, 잘 안 찍게 되고,
그러면 결국 한 20-30만원씩 손해보고 중고시장에 팔거나,
혹은 방 한구석에서 먼지와 함께 썩어가게 되죠.

이거 굉장히 흔한 이야깁니다.

그뿐입니까? 거기다 이게 또 생각보다 잘 찍히지도 않아요.

어두운데서 잘 찍힌다고 하는 것도 컴팩트나 폰카에 비해서 얘기지,
데세랄 쓰게 되는 순간 이미 당신은 눈만 높아집니다.
(당연하죠, 그 돈주고 샀는데.)
어떻게든 빠른 셔속 확보한다고 밝은 렌즈 찾고,
그래도 모자라서 플래시 달고,
그러고 나면 왠지 풍경이 땡겨서 광각,
아니면 인물이 떙긴다고 망원,
그게 아니면 또 화질 좋은 표준 줌이 어쩌니..

돈 이백, 날아가는 거 그거 순식간입니다. 그리고, 그러고 나면 늦어요.

아. 물론, 이런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전 번들만 물리고 찍고 다닐 거에요. 렌즈는 천천히.."

이거 보세요.

렌즈 교환 안 할 꺼면,
뭐하러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씁니까?
 

이건 애초에 돈 잡아먹는 괴물로 설계된 물건이고,
일상 생활에서 찍는 사진같은 경우,
사실 폰카로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새 폰카도 이정도는 나온다.
이건 햅틱 온으로 찍은 것.


일상에서, 셀카나, 친구들 얼굴 사진. 간단한 풍경이 찍고 싶으세요?
그냥 폰카 쓰세요. 요새 폰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삼성폰카는 슈나이더 인증렌즈더군요. 물론, 진짜 슈나이더는 아니지만, 인증이라도 받은 게 어딥니까?)

폰카가 가진 화질이나, 크기, 색감이 맘에 안 드세요?
그럼 컴팩트 한번 써보세요. 요새 셀카용으로 삼성에서 하나 내기도 했고,
심지어 어지간한 DSLR보다 화질, 색감 등에서 더 좋은 성능을 내는 컴팩트도 나왔습니다.

더 넓은, 혹은 더 먼 곳에 있는 것들을 찍고 싶으세요?
아니면 셔터속도나, 조리개를 조절하면서 사진을 찍고 싶으세요?
그냥 하이엔드 쓰세요. 
뭐 광학 10배줌이니 뭐니하는 슈퍼줌 카메라도 이미 예전에 나왔고,
셔속이나 셔터스피드, 조절 가능합니다. 소위 아웃포커싱도 되구요.
(디에스엘알에서 그 화각대 내는 렌즈 사려면 중고로도 40만원쯤 줘야 됩니다. 요새 하이엔드 가격이 이것보다 쬐끔 비싸죠)

당신이 폰카로, 컴팩트로, 하이엔드로 찍는 사진이 맘에 안 든다면,
당신이 DSLR로 찍는 사진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그럼 너는 왜 DSLR을 쓰냐고 물으실 분 있을 겁니다.

그건 다음 강좌에... 저도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영 피곤하네요.

by Felo | 2009/09/28 22:20 | 배움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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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9/28 23: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Felo at 2009/09/28 23:55
이야. 너 진짜 이글루스질 하는구나. 크하하
Commented by 윈드라이더 at 2009/09/30 09:30
...이렇게 말하면서 왜 나한테는 DSLR 사라고 하는 건데! 월월 컹컹 으르릉!
Commented at 2009/11/09 22:29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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